과거 기방(妓房)출입 절차를 아시나요?

지난날, 잔치나 술자리에 나가 노래와 춤 등으로 흥을 돕는 일을 업으로 삼던 여자를 기생(妓生) 또는 기녀(妓女)라고 했습니다.

기생 중에는 황진이, 홍랑, 계월향 등 미색, 문장, 의기로 이름 높은 이들도 있었으며, 고소설 중에 최고의 작품인 춘향전의 주인공인 춘향 모녀 역시 기생 출신이었죠~
 
 
드라마에 보면 양반들이 아리따운 기생과 사치스럽게 즐기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생들의 생활이 호사스럽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즐길 수 있는 풍류객도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특별한 부호의 경우, 마음에 드는 기생을 몇 달간 독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방의 본래 모습은 넓은 방에 기녀 두엇을 두고 여러 명의 손님들이 각기 일행마다 술상을 받아 놓고 함께 마시는 공간이었습니다.

그와 같이 기생들이 머무는 방을 기방(妓房)이라 했으며, 예절과 법도를 중시한 조선 시대에는 기방 출입에도 나름대로의 규칙과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런 관습에 익숙하지 않으면 기방 출입을 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다른 손님들과 시비가 일기 십상이었죠~

 

기방 출입 규칙이나 관습은 지방마다 다르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문답이 오고 갔습니다.

1. 기방에 먼저 온 손님이 있을 때 들어가는 격식

가) 뒤에 온 손님은 밖에서 "들어가자"라고 말합니다.

나) 먼저 온 손님들이 그를 거부하지 않을 경우 "두루"라고 말합니다.
(안에서 아무 대답도 없을 경우 뒤에 온 손님은 발길을 돌려야 하지만 뒤에 온 손님이 세력이나 주먹에 자신이 있다면 왜 대답이 없느냐면서 시비를 걸고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다) 먼저 온 손님들로부터 '두루'라는 허락이 있을 경우, 뒤에 온 손님은 들어서면서 "평안호"라고 인사를 하고, 기생에게는 "무사한가?"라고 안부를 물어봅니다. (평안호란 '평안하신가, 즐겁게 마시고 있는가?'란 물음이랍니다.)

라) 먼저 온 손님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평안호"라고 답례합니다.

마) 기생은 "평안합시오?"라고 답례하면서 뒤에 온 손님을 맞습니다.
 
 
2. 자리 차지 기 싸움

가) 먼저 온 손님이 많아서 방이 비좁을 경우에는, 뒤에 온 손님이 기방 출입 문답을 마친 뒤에 방에 앉으면서 "좀 죕시다."라고 말합니다. '자리를 좁혀 함께 앉자'는 의미죠~

나) 뒤에 온 손님이 친분이 있거나 세력이 있는 경우라서 먼저 온 손님들이 자리를 좁혀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시비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다) 자리 차지 싸움에서 기가 눌린 쪽은 슬그머니 일어나서 그 자리를 뜨게 됩니다.

 
3. 기생의 노래를 청하는 격식

가) 기생에게 노래를 시킬 때는 반드시 합석한 손님들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노래를 청하는 사람은 "좌중에게 통할 말 있소."라고 운을 뗍니다.

나) 다른 손님이 "무슨 말이요?"라고 묻는 다면, 처음에 운을 뗀 손님이 "주인 기생 (또는 해당 기생 지칭) 소리 들읍시다."라고 말합니다.

다) 다른 손님이 "좋은 말이오. 함께 들읍시다."라고 동의를 한다면, 그 다음에 기생에게 노래를 청합니다.

라) 기생에게 노래를 청할 때는 "여보게."라고 기생을 부른 다음 기생이 "예"라고 대답하면, "시조 부르게 (또는 000 부르게.)"라고 청하면, 기생이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4. 다른 손님을 내모는 기 싸움

다른 손님을 몰아내고 기생을 독차지하고 싶을 경우 담배를 뻑뻑 피워 연기를 내뿜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다른 사람들이 그 시비에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물러나게 됩니다.
 

 
기방에는 이와 같이 까다로운 규칙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잘못이 없다고 해도 이런 절차에 어긋나는 것 자체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던 것이죠~

이런 시비가 자주 일어나므로 기가 약한 문반들은 시비에 휘말리기를 싫어 기방 출입을 피하기도 했답니다~ 따라서 호쾌한 기상을 중시하는 무반이나 재물에 자신이 있는 상인들이 주로 기방 출입을 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