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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약 519년에 걸쳐 29명의 임금이 즉위했습니다. 그런데 그 임금들 중 첫 임금이자 조선의 시조인 태조 이성계의 첫 왕비는 누구일까요?

이성계가 한창 활동하던 고려의 풍습에서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을에서 혼인한 아내를 향처(鄕妻)라 했고, 이후 관직을 얻어 개경, 그러니까 지금의 개성에 진출하여 다시 아내를 두었으니 이를 경처(京妻)라 했습니다.

이성계도 예외는 아니라서 향처 신의왕후 한씨에게서 6남 2녀(방우, 방과, 방의, 방간, 방원, 방연, 경신공주, 경선공주)를 두었고 자신보다 20살 가량 어린 경처 신덕왕후 강씨에게서는 2남 1녀(방번, 방석, 경순공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신의왕후는 조선을 건국하기 한해 전에 세상을 떠나 공식적으로 신덕왕후를 조선의 첫 왕비인 현비로 책봉하게 됩니다.

이를 두고 신의왕후의 소생들은 당연히 반감을 가지게 되는데요~ 더구나 어릴 때부터 패배를 모르던 아버지를 따라 수많은 전쟁터를 전전했지만 왕자라는 신분으로 개국공신에서 제외된 이방원(태종)은 이것이 아니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합니다.
 
이로 인해 태조 이성계는 세자 책봉을 측근인 정도전과 협의했는데, 정도전은 사대부 중심의 국가 건설이 목표였기에 무예가 뛰어나고, 왕권을 중시하며, 사병까지 거느린 방원을 두려워했고 결국 신덕왕후의 소생인 방석(당시 11세)을 세자로 결정합니다.

이에 대해 방원은 노골적으로 분노를 폭발시키고, 그 와중에 신덕왕후는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생전의 신덕왕후를 무척 총애한 태조는 궁궐에서 가까운 현재 영국 대사관과 경향신문사 사이에 있는 황화방에 묘를 짓고, 훗날 자신의 묫자리도 거기로 정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묘호를 정릉이라 지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정릉(貞陵)이 있던 동네(洞)'라 하여 이 지역을 정동(貞洞)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이듬해에는 인근에 능침 사찰로 흥천사를 세웁니다. 그렇지만 이런 태조의 상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원은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을 일으켜 태조의 최측근인 정도전, 남은 등을 비롯해 이복형제인 방번과 방석은 물론, 동복형제인 방간마저 살해하며, 조선 3대 임금 태종으로 즉위합니다.

왕위에 오른 그는 여전히 신덕왕후의 정릉을 푸대접하다가 태조가 사망한 이듬해(1409)에 도성 밖 양주(지금의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로 이장시킵니다.
 
하지만 왕과 왕비의 무덤을 칭하는 능(陵)이 아닌 그저 그런 무덤을 부르는 묘(墓)로 격하시키고, 봉분마저 깎아 버립니다.

또한 신덕왕후와 함께 묻히길 원한 태조의 유지도 무시하고, 그의 주검을 경기 구리의 건원릉에 모시도록 합니다.

그리고 종묘에 그녀의 신주를 모시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정릉은 왕비의 무덤 치곤 다소 초라한 몰골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약 260년이 흘러 현종 10년(1669), 송시열의 건의로 신덕왕후는 자신의 존호를 되찾고, 신주를 종묘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때 정릉 일대에 소나기가 쏟아졌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이 비를 가리켜 '세원지우(洗寃之雨)', 즉 원한을 씻어주는 비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신덕왕후에 대한 태종의 반감은 지금도 서울 청계천에 있는 광통교, 혹은 광교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흙으로 만들었던 광통교가 비만 오면 무너지자, 태종 이방원은 1410년 당시 신덕왕후 능을 이장하고 방치해 두었던 신장석을 다리 교대석으로 사용 돌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다리는 청계천 복개로 땅속에 묻혔다가 2003년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는데, 일부 신상석이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이 신장석은 세련된 당초문양과 구름문양이 새겨져 고려말 조선초기 전통문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런 아름다운 문양석이 거꾸로 놓여 있는 것은 조선초기 왕권장악에 있어 신덕왕후와 정적 관계에 있던 태종 이방원의 의도적인 복수심의 산물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과거나 현재나 권력에 두고 버리는 끝없는 욕심과 갈등은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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